이중가입 금지 규정 없어...‘조직적 이동’에 업체들 몸살

“그동안 저는 다단계판매 업체에서 수년간 활동했는데 이 업체로 옮겨와서 성공했습니다.”

다단계판매 업체가 판매원의 직급 인정식 등을 위해 개최하는 컨벤션에서 상위 직급으로 승급한 판매원들이 밝히는 수상 소감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다단계판매 업체에서 영업한 경험이 있다는 ‘고백’이다.

다단계판매원들이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생다단계판매 업체가 해당 시도에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기 전부터 일명 ‘줄서기’하는 판매원도 적지 않다.

신생 업체는 기존 다단계판매 업체의 판매원 조직을 영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기 전부터 다른 업체의 판매원을 조직적으로 끌어들이는 일명 ‘판짜기’를 하는 관례가 지속돼 왔다.

이동하는 판매원의 조직 규모 등에 따라 이른바 권리금이 붙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단계판매원이 다른 업체 판매원으로 등록할 때 기존 업체의 판매원 탈퇴 없이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자료=공정위]
▲ [자료=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6년 다단계판매업체 주요 정보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다단계판매 업체에 등록된 전체 판매원 수는 2015년보다 4.1% 증가한 829만명으로 이중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판매원은 164만명이다.

공정위는 등록된 판매원 829만명에 대해 “개별 다단계판매 업체에 등록된 판매원 수를 모두 합친 것으로 다른 업체에 중복가입하거나 판매원 등록만 하고 판매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등도 많아 실질적인 판매원 수는 이보다 훨씬 적다”고 설명한다.

현행 방문판매법상 여러 다단계판매 업체에 판매원으로 등록한다 해도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판매원 이동은 다단계판매 업계를 혼탁하게 만든다. 판매원들이 조직적으로 이동하는 경우 기존 업체는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대규모 판매원 이동으로 인해 폐업에 이른 사례도 있다.

올해 다단계판매업으로 새로 등록한 A사(이니셜은 회사명과 무관) 고위 관계자는 “타사 상위 판매원이 ‘조직을 끌고 오겠다’며 큰돈을 요구했지만 거절했다”며 “조직의 월 매출액에 따라 권리금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매원 이동은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힌다. 판매원이 단순히 ‘업체’를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기존에 활동한 업체에 대한 비방 및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 공제조합 등에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원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업체에서 다른 업체로 옮긴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지속적으로 판매원을 빼가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업체를 호도하면 경영에 큰 타격을 입는다”며 “요즘 인터넷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빠져나간 판매원들이 퍼트리는 회사에 대한 거짓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판매원이 다수의 다단계판매 업체에 판매원으로 등록하는 ‘이중 가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업체들이 회원등록 약관 등을 통해 판매원의 ‘이중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문판매법은 업체보다는 소비자(판매원)를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이중가입금지 규정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업체의 한 관계자는 “판매원이 타사로 이동하면서 조직적으로 반품을 하고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판매원이 빠져나가 매출이 부진한데다 대규모 반품까지 들어오면 영세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려 문을 닫는 경우도 흔하다”고 밝히면서 판매원 이동에 따른 폐해 근절 대책이 절심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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