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 “LG유플러스는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아니다”

▲ 20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제33차 전체회의에는 고삼석 상임위원, 이효성 위원장, 허욱 부위원장, 표철수 상임위원(사진 왼쪽부터) 4명이 참석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 20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제33차 전체회의에는 고삼석 상임위원, 이효성 위원장, 허욱 부위원장, 표철수 상임위원(사진 왼쪽부터) 4명이 참석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봄코리아(대표이사 김호일)가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에 맞춰 알뜰폰(MVNO)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기간통신사업자의 비협조와 정부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제동이 걸렸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20일 제33차 전체회의를 열어 별정통신사업자 (주)봄코리아가 기간통신사업자 (주)LG유플러스를 상대로 제기한 ‘전기통신서비스의 도매제공 협정체결에 관한 제정’ 건을 상정해 심의했지만 봄코리아의 신청을 기각했다.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정부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역행

2014년 LG유플러스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이동통신상품(MNO)을 판매하고 있는 봄코리아는 올들어 사업다각화를 위해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하고 이동전화 재판매(알뜰폰 사업)를 위해 LG유플러스에 전기통신서비스의 도매제공 협정체결을 요청했지만 LG유플러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봄코리아는 도매제공 협정 체결을 위해 방통위에 재정(裁定)신청을 제기했다.

전기통신산업자 또는 이용자는 설비 등의 제공·공동이용·도매제공·상호접속·공동사용이나 정보의 제공 등에 관한 협정의 90일 이내 체결에 관해 당사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협의를 할 수 없는 경우에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 규정에 따른 것이다.

방통위 사무처 이용자정책총괄과는 LG유플러스가 전기통신서비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간통신사업자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요청하면 협정을 체결하여 자신이 제공하는 전기통신서비스를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제공(재판매)할 수 있도록 다른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자신의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기통신서비스의 제공에 필요한 전기통신설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하도록 허용(도매제공)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 제1항 규정은 LG유플러스에는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방통위 사무처는 판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고시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의 도매제공의무서비스 대상과 도매제공의 조건·절차·방법 및 대가의 산정에 관한 기준’은 기간통신사업자 중 SK텔레콤(주)만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하고 있다.

방통위원회는 사무처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해 봄코리아의 재정신청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런 결정은 이동통신서비스 및 단말기 경쟁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알뜰폰 활성화 방안에 역행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2013년 5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같은 해 7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3사보다 30~40% 저렴한 새로운 알뜰폰 상품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따라 2013년말 248만명에 불과했던 알뜰폰 가입자는 올해 3월 700만명을 돌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8월말 현재 가입자는 725만8379명에 달했다.

봄코리아와 같이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한 ACN코리아(유)는 KT와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이용해 알뜰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다단계판매사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ACN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 상위 1위 품목은 ‘모바일 MVNO(통신상품)’로 3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통사의 상품인 ‘대리점모바일 MNO(통신상품)’는 2위로 1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CN코리아는 알뜰폰 (MVNO)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이 만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일부 위원 “다단계 영업으로 이용자피해 많이 발생” 주장

방통위 일부 상임위원은 봄코리아의 재정신청 건을 심의하며 방문판매법이 허용하는 합법적인 유통채널인 다단계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A상임위원은 사무처의 보고 내용을 들은 후 “이동통신시장에서 다단계 영업은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용자 피해를 상당히 많이 유발시켰다”며 “우리 위원회는 그런 방식(다단계판매 방식)으로는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원칙을 지켜나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시스템(data.kca.go.kr)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이동통신 관련 상담 건수는 11만2246건에 달했다. 이중 다단계판매와 관련된 건수는 227건(0.2%)으로 같은 직접판매채널인 방문판매에 따른 피해상담 1898건(1.7%)보다 훨씬 적었다.

 

 
 
▲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이동통신 관련 상담 건수 및 판매유형. [출처=소비자원 소비자빅데이터분석시스템]
▲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 20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이동통신 관련 상담 건수 및 판매유형. [출처=소비자원 소비자빅데이터분석시스템]

전통적 판매유형인 일반판매로 인한 피해상담이 7만8627건(70%)에 달했고, 전화권유판매 1만2984건(11.6%), 기타통신판매 3401건(3.0%)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사무처 소속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A상임위원의 발언과 관련 “본 사안(재정신청 건)은 다단계 영업하고는 상관이 없다”며 “LG유플러스가 도매제공을 해야 하는 의무사업자냐 여부와 협정 체결 거부행위가 다른 사업자에 대해서 부당한 처사였느냐는 부분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봄코리아가 알뜰폰 사업을 하려면 전기통신서비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에 도매제공 협정체결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SK텔레콤은 관련 고시에 따라 의무사업자로 지정돼 있어 협정 체결에 응해야 한다.

봄코리아는 그동안 이동통신상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다 올해 3월부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종합유통물류업체’로 발돋움했다.

글=김순희 기자, 사진=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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