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골프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전원회의서 재심사명령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심의를 진행한 ㈜골프존에 대해 재심사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프존의 거래거절행위 건에 대해 위원회(형사재판의 재판부 격)가 재심사명령을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현행 공정위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고시)에 따르면 사건을 심의해 의결하는 전원회의 등 각 회의는 ▶사실의 오인이 있는 경우 ▶법령의 해석 또는 적용에 착오가 있는 경우 ▶심사관의 심사종결이 있은 후 심사종결 사유와 관련이 있는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가 발견된 경우 ▶위 3가지 경우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심사관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재심사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규칙 제45조).

▲ 전원회의 심의가 열린 14일 오전 골프존 사업자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앞에서 ‘공정위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 전원회의 심의가 열린 14일 오전 골프존 사업자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앞에서 ‘공정위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골프존의 거래거절행위에 대한 건을 상정해 심의했다. 이날 심의에는 공석인 비상임위원 1명을 제외한 8명이 참석했다.

◆심사관 ‘기타의 거래거절’ 적용...위원장은 “시장지배적지위남용 가능성”

심사관(시장감시국장)은 심사보고를 통해 “피심인(골프존)은 2016년 8월부터 가맹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속적 거래 관계에 있는 골프존 사업자가 가맹하지 않으면 새 시스템을 공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거래거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제1호는 “사업자는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불공정거래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심사관은 피심인의 행위는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한 '기타의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정한 시행령 제36조(불공정거래행위의 지정) 제1항의 별표(1의2)를 보면 기타의 거래거절은 “부당하게 특정사업자에게 대하여 거래의 개시를 거절하거나 계속적인 거래관계에 있는 특정사업자에게 대하여 거래를 중단하거나 거래하는 상품 도는 용역의 수량이나 내용을 현저히 제한하는 행위(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1의 나목)”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심인 측은 “가맹사업으로 전환한 이유는 스크린골프 시장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점주들이 요구한 상권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가맹 전용으로 개발한 새 시스템을 가맹하지 않는 사업자에게 공급하지 않는 것은 이미 가맹한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법리적으로 부당한 거래거절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피심인 대리인은 동물약국에 개·고양이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거절한 ㈜벨벳에 대해 공정위가 거래거절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부과했지만 법원이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사례를 들어 골프존이 비가맹 사업자에게 새 시스템을 공급하지 않는 것은 ‘기타의 거래거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동물약국에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거절한 한국조에티스(주)와 벨벳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불복한 벨벳은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서울고법 제2행정부는 올해 1월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며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기타의 거래거절이란 단독사업자의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의 거절’을 말하므로, 단독사업자가 자기의 생산 도는 판매정책상 적정한 기준을 설정하여 그 기준에 맞지 않는 불특정다수 사업자와의 거래를 거절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심사관은 “서울고법 판결은 거래개시 거절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계속적 거래를 거절한 골프존 건은 벨벳 건과 다르다”고 맞섰다.

이날 전원회의를 주재한 김상조 위원장은 “(심사관과 피심인 측) 양쪽 다 설득에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번 건은 공정거래법 제3조의2 거래거절 조항을 적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제1항은 “시장지배적사업자는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9일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법 개선 특별위원회’ 출범을 발표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공정거래법은 제정 이래 필요한 사항을 부분적으로 수정함에 따라 체계가 흐트러졌기 때문에 법 체계 및 구성을 재정비해 정합성을 높이고 수범자의 이해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제시한 사례에 ‘불공정거래행위 조항과 시장지배적지위남용 조항 간 중복 적용’이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 ‘부적정한 행정지도·감독 및 부실 조사’ 의혹으로 감사받아

재심사명령으로 골프존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한 공정위는 OB(Out of Bounds, 친 공이 허용된 장소 밖으로 나감)를 낸 꼴이 됐다.

공정위는 이전에도 골프존으로 인해 2번이나  '러프(골프장에서 풀이 길고 공을 치기 힘든 곳)’에 빠진 적이 있다.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당시 위원장 이진복 의원)는 전체회의를 열어 “골프존에 대한 공정위의 부적정한 행정지도·감독 및 부실 조사 의혹을 감사해달라”는 감사 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무위는 ‘2016년도 국정감사 결과에 따른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해 “골프 시뮬레이터 기계를 스크린골프장 운영사업자(점주)에게 판매하는 골프존이 시장상황 및 점주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기계 판매 등 사업확장에만 치중해 스크린골프시장을 과포화 상태로 만들어 점주들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골프존에 대해 공정위의 부적정한 행정지도와 감독, 부실 조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 진위를 규명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공정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무위는 “골프존의 (기존) 영업방식이 가맹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영업권 보장 및 거리 제한 등의 규제를 회피하고 무분별하게 제품을 판매해 시장을 과포화 상태로 만들었지만 공정위는 그동안 시장 과밀화 해소와 점주피해 방지를 위해 골프존에 대해 적정한 행정지도 및 관리감독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스크린골프시장에서 70% 가량을 점유한 골프존이 지난해(2016년) 3월 개별 점포에 대한 영업권 보장 및 거리제한이 가능한 가맹사업으로 영업방식을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골프존이 점주들로 하여금 사실상 가맹사업 전환을 강제하고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지만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중 불이익 제공행위 혐의에 대해 적정한 행정지도 및 관리감독을 수행하지 않았고, 점주들의 신고에 따른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2014년 5월 골프존이 스크린골프 연습장 점주들에게 거래강제 및 거래상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43억여원(최종 의결과정에서 48억9400만원으로 확정)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골프존이 이에 불복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제6행정부는 2016년 11월 “공정위(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골프존(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매일마케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