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공정위는 ‘부정적’ 입장

▲ 이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다단계제품 인터넷재판매 금지법' 청원.
▲ 이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다단계제품 인터넷재판매 금지법' 청원.
다단계판매 업체가 공급하는 제품의 인터넷재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원인이 이달 14일 ‘다단계제품 인터넷재판매 금지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청원에는 28일 오후 3시 현재 9161명이 참여했다.

다단계판매원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우리나라 네트워크 마케팅 판매업(다단계판매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후원방문판매와 비슷한 유통방식으로 직접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판매를 하고 있는데 소정의 이윤 없이 회사 판매원가에 제품을 전달하고 있는 상태”라며 “일부 부정한 사업자들이 직급이라는 명목 그리고 대량구매 후 수당을 수령 후 공정거래법을 피해 인터넷으로 재판매를 하고 있다”고 업계의 실상을 전했다.

이 청원인은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판매금액보다 본인(판매원)들이 받은 수당이 있기에 손해가 없는 선에서 제품 값을 더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며 “몇몇 회사들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공정거래법이라는 테두리에 부딪혀 회사가 직접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직접판매 연 매출액이 5조원을 넘어 6조원을 향해가고 있다고 언급한 청원인은 “수많은 판매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단계판매) 회사에서 수습하려고 해도 공정거래법 안에서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 방문판매법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암웨이 ‘최저 재판매가격유지’로 시정명령 받아

다단계판매 업체에 등록한 판매원들이 제품을 회사로부터 ‘회원가’로 구입해 후원수당을 받은 후 인터넷 등을 통해 회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행위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어 업체와 판매원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다단계판매원은 회원가로 제품을 구입하면 직급 등에 따라 후원수당을 받기 때문에 회원가 10만원짜리 제품의 후원수당으로 2만원을 받는 판매원이 8만5000원에 재판매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 같은 행위는 하위판매원을 모집하거나 소비자에게 제품을 권유해 판매하는 다른 다단계판매원의 영업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다단계판매 업체에서 일하는 한 다단계판매원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회원가를 안내하면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으로 가격을 검색하는 경우가 있다”며 “회원가보다 인터넷에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이 올라와 있으면 누가 판매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겠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판매원은 “다단계판매 업체가 나서서 판매원이 회원가 이하로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다단계판매 업체는 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제재를 가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9조)”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 다음 거래단계별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 또는 제공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하여 규약 기타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4년 한국암웨이가 소속 다단계판매원에게 판매한 제품을 구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최저 재판매가격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국암웨이는 2008년 9월 다단계판매원의 준수사항을 규정한 ‘윤리강령 및 행동지침’을 시행하며 구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다단계판매원에게 일정 기간 자격을 정지하는 등 엄격한 제재를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암웨이는 공정위 시정명령에 불복해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10월 원고(한국암웨이)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암웨이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다단계판매 업계 “방문판매법에 예외 조항” 염원

일부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암암리에 다단계판매원들에게 회원가 이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왔지만 한국암웨이 건에 대한 공정위 시정명령과 법원 판결 후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잦아들었다.

하지만 대다수 다단계판매 업체들은 다단계판매업의 특성상 다단계판매원들이 회원가 이하로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다단계판매 업계는 판매원이 회원가 이하로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방문판매법 개정을 염원하고 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은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예외적 사유 조건을 두고 있지만 방문판매법에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두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 공정위 특수거래과 이상협 과장은 28일 “(다단계판매원들의) 재판매 문제는 판매원들도 독립적인 사업자들이고 그들이 후원수당을 받기 위해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했을 수 있는데 그 사람들도 자신의 계산과 판단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팔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것(재판매 금지)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다단계판매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 과장은 “전자상거래가 많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다단계판매원의 인터넷재판매를) 금지하거나 제한을 둔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재판매가격유지금지행위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나아가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어 (재판매금지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 현안과 관련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취지로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을 경우 청와대가 답변해야 한다. 다단계제품 인터넷재판매 금지법 청원 마감일은 내달 1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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