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비리' 사건 뇌물혐의 증인 불출석하자 재판부 과태료 부과

▲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해 7월 24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지난해 7월 24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공정거래위원회 퇴직간부들의 대기업 재취업 비리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재판장 조용현 부장판사)는 5일 오후 열린 3차공판에서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신청한 증인 안모씨와 이모씨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 증언에 불참하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로만 기소된 정재찬·김동수·노대래 전 위원장 등과 달리 뇌물수수 혐의가 함께 적용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장은 “증거법적으로 보면 1심에서 피고인(김 전 부위원장)이 (안씨의 검찰진술에 대해) 증거에 동의했지만 1심판단 이후 새롭게 다투고 있기 때문에 안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며 이들의 증언을 듣기 위해 오는 17일 공판기일을 추가로 지정했다.

안씨와 이씨가 17일 법정에 출석해 증언할 경우 과태료 300만원은 취소된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 반성문에서 김 전 부위원장은 “공정위 퇴직자 등을 대기업에 취업시키는 과정에서 행한 업무방해 부분은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에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점은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인으로 채택되었지만 출석하지 않은 안씨는 그 광고회사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신영선 전 부위원장이 신청한 증인 김모씨는 “공정위 4급 이상 과장급 인사에서 사무처장이 인사에 관여하기 어렵다”며 “부위원장과 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증언했다.

공정위 운영지원과장, 시장감시국장, 서울사무소장을 지내고 명예퇴직한 후 한국소비자원 부원장을 역임한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공정위의 일반적인 과장급 이상 인사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됐다.

이에 재판장은 “이 사건의 경우 정년에 다다라서, 정년 전에 명퇴하면서 그와 연동해 퇴직자를 일반 기업에 취업한 것이 문제 된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퇴직인사를 발령한 것은 당연한 것인데 퇴직시키면서 사기업에 취직, 추천, 알선을 포함하는 지원과 역할, 결정은 일반적인 인사권 행사와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거의 모든 정부부처는 ‘(명퇴자에게) 상응하는 조건을 붙여서 내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며 “국민의 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불가피한 면이 다소 있다”고 진술했다.

재판장이 “공무원이 정년 전에 퇴직하면 명퇴수당으로 금전적인 보전을 받는데 일반공직자를 퇴직하게 하면서 공공기관이나 관련 산하기관이 아닌 삼성과 LG 등 기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다른 정부부처도 (기업에서) 스카웃해서 땡겨가는(데려가는) 경우가 있다”고 진술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운영지원과장이 신청한 증인 유모씨는 “기아자동차에 입사할 때 공정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자력으로 취업해 6년동안 기아자동차에 근무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퇴직예정자를 기업체에 취업시켰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다른 사례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 노대래 위원장이 재임한 2014년 3월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작성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 문건.
▲ 노대래 위원장이 재임한 2014년 3월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작성한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 문건.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1심 공판에서 2014년 공정위가 기업체에 재취업한 명예퇴직자들이 공무원 정년까지만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과장급 이상 퇴직자 재취업 기준(안)’을 만든 후 유씨를 만나 ‘기업체에서 용퇴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항의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유씨는 “항의한 사실이 없다”고 상반되게 증언했다.

유씨는 검사가 “기아자동차 퇴직 때 김 전 부위원장으로부터 기아자동차 고문에서 용퇴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들은 사실이 있다”면서 “(용퇴에 대해) 반발하지 않았고, 반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7일 4차공판에 이어 26일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으로, 판결은 7월말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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